옥자, 슈퍼뻔한영화
슈퍼돼지가 나오는 슈퍼평범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때 본편을 전부 본 기분이 들었는데
본편도 정말로 똑같다.......예상한 범주를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상상하던 영화보다 못했다.
최소한 그 캐릭터들은 의외의 면이 있겠지--하던 것조차 없으니
예고편을 통해 상상했던 것보다도 못한 스토리.
그래도 중간에 꺼버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 재미는 그닥 없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거의 언제나 딱 그 정도였다.
괴물,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한국에서는 평가가 높지만, 내 기준으로는 전부 60점짜리 영화들이다.
[마더]만이 유일하게 그 영화들보다 한 단계 낫다.
내가 봉준호 감독에게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나 다 하는 생각을
평이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을 너무 착취하고 있어.
봐, 이 돼지 불쌍하지 않니?"
120분 동안 우리에게 들려준 생각이 겨우 그것뿐인 것이다.
생각이 단순하니 제시하는 방법도 단순하다.
가혹한 사육환경과 잔인한 도살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_-
설령 아무리 잔인한 도살장면을 보여준다 한들, 도저히 설득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슈퍼돼지 한 마리가 일반돼지보다 100배는 고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러면 일반돼지 수백 마리를 고생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인도적이지 않나?
아이들에게 가축 도살장면을 보여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많은 아이들이 울면서 고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고 고기 잘 먹는다.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드물게 채식주의자가 되겠지만)
봉감독의 단순하고 평범하고 진부한 방법으로는
어린아이조차 설득이 안 된다는 말이다.
등장인물들이 진부하고 평면적이고
세계관도 낡아빠졌고
뭘 보여줘도 하나도 놀랍지 않고
번뜩이는 생각을 느낄 수 없다.
영화에 나오는 질문도 진부한데
결론도 진부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다.
아악...! 진짜...들어있는 생각이...너무...평범해!!!
그 평범함에 민망할 지경이다.
심지어 그 평범한 결론조차 마무리가 어정쩡해서
영화 끝날 때마다
엥? 그게 당신 결론이야? 겨우 그것뿐이야? 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영화를 식구들끼리 밥 먹는 장면으로 끝내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본데
그런 일상 장면에 의미부여해주는 것은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평론가들뿐이고
관객 입장에선 정말 썰렁하기 짝이 없다.
아, 한국 TV드라마들이 밥 먹는 장면 좋아하지... 찍기 편해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 가면
감독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두 시간 정도를 믿고 맡긴다.
감독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엿보고 싶어한다.
만약 딱히 그런 깊은 생각이 없다면,
끝내주게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줄 것이라 기대한다.
봉감독 영화는 일단 들어있는 생각이 진부하기 때문에
끝내주는 볼거리라도 있어야 보러 간 보람이 있을텐데
그게 되는 감독도 아니고 한국영화계도 그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뭣하러 봉감독 영화를 보나.
좀 더 작가성 있는 감독의 영화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보러 가면 되지.
어차피 매번 60점짜리 영화만 만드는 감독의 영화는 볼 필요가 없다.
차라리 도박을 하겠다.
100점일지 0점일지 모를 미지의 신인감독 작품을 보겠다.
봉감독 영화는 앞으로 절대 안 본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