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피규어스케이팅 경기가 끝나자
뉴스가 온통 [김연아 금메달 도둑 맞았다] 기사로 도배된 상태군요.
외국 언론에서도 편파판정이라고 했다느니, 금메달 되찾기 서명운동을 하느니...

저도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끝나는 순간
이 정도면 금메달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놀라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홈경기 텃세가 참 심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하지만 차마 러시아를 비난할 수가 없었습니다.
88올림픽, 2002월드컵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럴 자격이 없잖아요.

표창원님이 제가 하고픈 말 거의 다 해주셨으니 링크를 붙입니다.

->표창원 “김연아 편파판정 지나친 국가주의 떨쳐야”

근데 이런 말 하면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 "편파 판정 아니란 말이냐!" "이 나쁜놈아! 연아가 불쌍하지도 않냐?"
등등
애국자 여러분들이 펄쩍 뛰고 흥분하고 날뛰시는데...
참으로 답답합니다.

누가 편파 판정 아니랬나.

[한국도 편파판정 열심히 했으니 김연아 금메달 빼앗겼다고 화낼 자격이 없다]
라는 말이 그렇게 어렵나요.

연기도 완벽했고 그런 결과를 받고도
끝까지 의연한 자세를 유지한 김연아 선수야말로
실력과 인격에서 최고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것을 온 세계가 다 봤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녀가 최고라는 걸 아는데 메달 색깔이 무슨 대수냐 싶어요.
심지어 금메달을 딴 아델리나 선수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김연아 선수 인터뷰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결례를 범했죠.
실력뿐만이 아니라 인격에서도 한참 아래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가 화낼 필요 없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을 못 땄을 지언정
최고라는 것을 증명했고, 명예를 잃은 적도 없습니다.
불쌍하지도 않습니다. 감히 누가 누굴 동정합니까.

오히려 러시아를 욕하고 감점시킨 심판을 색출하고
금메달 내놓으라고 항의하는 짓이야말로
그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항의하고 러시아 욕한다고
금메달도 돌아오고 심판들도 사과할까요?
김연아 선수가 기뻐할까요?

만약 김연아 선수가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국내의 이런 격양된 반응들이 아닐까 합니다.

Posted by Ant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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